top of page

팩트체크의 역설: ‘사실’은 고정된 진실인가

  • 작성자 사진: Ki-jun Son
    Ki-jun Son
  • 3월 25일
  • 1분 분량

현재 저널리즘에서 이루어지는 팩트체크(fact-check)는 겉보기에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추구하는 정당한 검증 작업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작업이 과연 현실적인 기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회현상에서의 ‘사실’은 자연과학에서의 사실(fact)과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자연현상은 물리적 관측 가능성과 재현성을 기반으로 ‘사실’이라 할 수 있는 반면, 사회현상은 대부분 언어적 서술과 해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즉, 사회적 ‘사실’은 관측의 결과라기보다는 해석의 산물이며, 이는 특정 시점과 조건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성립된 것입니다.


팩트체크는 종종 과거 발언이나 문헌을 기준으로 ‘사실’을 판단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맥락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 당시 사실로 여겨졌던 정보나 판단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과거에 ‘정책 성공’으로 보도되었던 사안이 시간이 지나 실패로 평가되기도 하고, 한 사회 집단이 주장한 사실이 후에 왜곡된 것으로 판명되기도 합니다. 이는 단지 정보의 오류 때문이 아니라, 해석 주체의 변화와 사회적 인식 전환에서 기인하는 문제입니다.


또한, 사회현상은 단일한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하나의 사건이 이해되는 방식은 이해 주체의 위치성, 정치적 입장,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해석적 다양성이 발생합니다. 이는 곧,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왜곡인지의 경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저널리즘이 시도하는 팩트체크는 객관적 검증의 방식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적 조건과 담론적 관점에 기반한 해석의 재진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팩트’가 아닌 ‘팩트처럼 보이는 것’을 확인하는 일에 가까우며, 이는 절대적 진실의 확인이 아니라, 임시적인 정합성의 검증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팩트체크는 중요한 저널리즘 도구이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사실’이라는 개념이 변하지 않는 실체로 존재한다고 보는 시선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팩트의 시간성과 구성성을 인정하면서 팩트체크 자체가 하나의 ‘담론적 작업’임을 자각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관련 게시물

전체 보기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