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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의 시민형 AI ⑤ 국지성 기상 이변 대응의 새 해법

  • yeture1
  • 9월 17일
  • 5분 분량

급격한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국지성 기상 이변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현재의 ‘전 지구 기후 모델(GCM)’은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고 국지적 기후 패턴을 표현하기 어렵다. 대응 방안은 전통적인 물리 기반 관측, AI 기반 프로세스, 그리고 시민이 참여해 실시간 관측 데이터를 확장한다면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조인호 포스트에이아이 대표이사
조인호 포스트에이아이 대표이사


기후위기, 이제는 ‘국지적’ 재난의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2011~2020년) 지표면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1도가 상승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 지구적 변화는 대기, 해양, 생물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면서도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결과 전 세계 모든 지역이 이미 많은 기상과 기후 극한 현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례적인 초여름 무더위와 함께 남부와 중부를 오가며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일상화되고 있다. 7월 29일 현재 183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중 한라산을 제외하고 88%에 해당하는 161곳에 폭염경보, 20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지난 해 폭우는 경기 포천에서 시간당 104㎜가 내리는 등 2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할 폭우가 빈발했다. 9월 중순까지 37도를 웃도는 폭염 이후 사흘 만에 창원에 529㎜, 김해와 사천에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재산 피해가 났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때 이른 찜통더위와 마른장마가 왔고, 느닷없는 괴물 폭우가 쏟아졌다. 경남 산청은 5일간 누적 강수량이 800㎜에 달했고, 전국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했다.


극한 기후 현상은 이제 뉴노멀이 되고 있다.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정확한 '국지적 기상 이변 예측'은 미래의 위험을 이해하고, 적응과 완화 전략을 수립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상 회복을 빠르게 돕는 데 필수다. 기후 시스템의 복잡성과 국지적 예측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기존 예측 시스템과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높일 대안 모색이 시급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후 예측 시스템의 한계: 국지적 기상 이변 예측의 어려움


전 지구 기후 모델(Global Climite Model, GCM)은 대기, 해양, 육지 표면, 빙하 등 기후의 주요 동인 사이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도록 설계된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모델들은 물리학, 유체 역학, 화학 등의 기본 법칙을 기반으로, 지구 표면과 대기를 3차원의 격자 셀로 나누어 각 셀 내에서 일어나는 바람, 열 전달, 복사, 상대 습도 등과 같은 변수를 계산하다. 각 셀에서 계산된 결과는 이웃 셀로 전달되어 시간 결과에 따른 물질과 에너지 교환을 모델링하게 된다.

이 모델들은 본질적으로 기후를 예측하며, 일일 날씨나 국지적인 기상 현상을 예측하지는 않는다. 결정론적인 일기예보와 달리 기후 모델은 확률이며, 국지적인 기상 이변에 즉각 대응하는 모델로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기후 모델링이 갖는 내재적 한계와 불확실성은 여러 요인들에 기인한다. 먼저 특정 지역(예컨대 대양)에서 얻는 관측 데이터가 부족하다. 또 주로 과거 수십 년간의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구 기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재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하려면, 최신 데이터를 지속해서 확보하는 게 필수다.


앞서 말한 기후모델의 격자 셀 크기는 국지적 기후 패턴, 폭우나 국지적 지형 변화와 같은 소규모 현상을 표현하기 어렵다. 구름 형성, 난류, 대류와 같은 중요한 물리적 프로세스는 작은 규모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서브-격자 규모 프로세스’는 명시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없어 근사적인 방정식을 통해 단순화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모델 내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 화석연료를 사용할 경우, 2030년에 예상되는 폭염 일수 상황 지도. 격자 셀로 기후변화 상황을 예측하지만, 더 세분화된 국지적 기후 상황을 예측하기 한계가 있다. 자료_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기후변화 상황지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 화석연료를 사용할 경우, 2030년에 예상되는 폭염 일수 상황 지도. 격자 셀로 기후변화 상황을 예측하지만, 더 세분화된 국지적 기후 상황을 예측하기 한계가 있다. 자료_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기후변화 상황지도

기상 이변은 말 그대로 돌발이며 과거에 없던 상황이나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해당 패턴은 과거로부터 배울 만한 유사 상황이 없거나 매우 희귀한 상황을 말한다. 200년만의 ‘기습 폭우’라 하면, 지금껏 해 온 관측 내에는 해당 상황 기록이 없다는 뜻이라서 학습을 통한 패턴의 추정과 예측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정리하면, 현재의 기후 모델은 대규모로 전 지구 온도의 장기 추세와 전반적인 기후변화의 규모를 예측하는 데는 일관성과 견고성이 있다. 반면, 특정 극한 기상 현상이나 복잡한 현상의 세부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국지적 기상 이변에 대응할 대안: 시민 참여와 물리 기반 AI의 융합


현재의 기후 모델링 한계들을 보완하고 국지적인 기상 이변에 대응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시민 참여 실시간 데이터 획득과 수집, 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분석과 정보 전달 체계는 모델링의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하며, 돌발 상황에서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시민 과학은 기후 변화 연구에서 강력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국지적인 기상 이변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의 범위를 확장하고, 비용 효율을 높이면서 대중 참여를 견인할 수 있다. 시민 과학은 광범위한 지리적 영역과 장기간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해, 기존 연구 방법이 놓쳐 왔던 중요한 데이터의 공백을 메워 준다. 특히 국지적인 폭우나 폭염, 산사태 등 극한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 그로 인한 피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비전문 자원봉사자의 참여는 데이터 수집 비용을 크게 절감시키며, 특히 자원 제약이 있는 지역에서 더 광범하고 지속적인 기후변화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한다.


시민 과학은 데이터 품질과 다양한 형태의 편향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자원봉사자는 전문가들에 비해 공식적인 훈련이 부족해 데이터 수집 방법의 불일치, 식별 오류 또는 관측 편향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참여자 편향이나 지리적 편향이 발생해 데이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거나 소외된 지역의 데이터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문제들은 시민 과학이 강력한 도구이지만, 데이터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 관리와 전문가 주도의 검증과 표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즉 시민의 기여가 과학 전문가에 의해 신중하게 관리되고 검증되는 ‘하이브리드 데이터 수집 모델’이 가장 효과 있는 전략적 접근이 될 수 있다.


물리 기반 인공지능은 기후 과학에서 알려진 물리법칙, 방정식 또는 전통적인 물리 모델의 출력을 AI 모델에 직접 통합하는 개념으로 최근에 알려졌다. 데이터 기반 학습의 강점과 물리 원칙이 제공하는 근본적인 일관성과 제약 조건을 결합해 놓은 방식이다. AI가 훈련 데이터 범위를 벗어나 비현실적인 예측을 하는 문제를 완화하고 일관성을 보장해 그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AI, 특히 기계 학습은 극한 기상 현상의 예측에 상당한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예를 들어, DeepMind의 GraphCast 모델은 그래프 신경망을 사용해 최대 10일 전까지 극한 현상(폭염, 사이클론 등)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전통 방식보다 빠르게 결과를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해양 온도, 바람 패턴, 습도와 같은 환경 요인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기존 모델링에 비해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GraphCast는 입력 데이터로 단 두 가지, 6시간 전과 현재의 기상 상태만 필요하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모델은 6시간 뒤의 날씨를 예측하고, 이렇게 얻은 결과를 다시 입력으로 사용해 6시간 단위로 이어가며 최대 10일 앞까지 최첨단 예보를 산출한다. 자료_구글 딥마인드
GraphCast는 입력 데이터로 단 두 가지, 6시간 전과 현재의 기상 상태만 필요하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모델은 6시간 뒤의 날씨를 예측하고, 이렇게 얻은 결과를 다시 입력으로 사용해 6시간 단위로 이어가며 최대 10일 앞까지 최첨단 예보를 산출한다. 자료_구글 딥마인드

이러한 학습은 관측 데이터가 풍부한 조건에서는 뛰어나지만 역사적 선례가 없는 미래 추세를 예측하거나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지는 못한다. AI는 기존 데이터 내에서 패턴을 인식하거나 보강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역사적 유사성이 없거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후 현상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를 가진다.


탄력적인 미래 기후 예측 시스템을 위한 제안


기후 예측의 미래는 전통적인 물리학 기반 모델과 첨단의 AI 기술, 그리고 시민 참여를 포함한 관측 데이터의 확장과 이를 통합하는 총체적인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 시민 과학과 물리 기반 AI는 단순히 독립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강력한 시너지 관계를 가진다.

시민 과학은 AI 모델이 훈련과 검증을 위해 필요로 하는 방대하고 지리적으로 광범하며 비용 효율적인 국지적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공간적으로 이질적이거나 작은 규모에서 발생하는 기상 현상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반대로, 물리 기반 AI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검증하며, 복잡한 패턴을 추출하는 연산 능력과 분석적 정교함을 제공할 수 있다. 시민 과학 이니셔티브를 통해 육성된 대중 참여는 복잡한 AI 기반 기후 모델의 필요성과 불확실성을 대중이 이해하고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탄력적인 미래 기후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몇 가지 전략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기후 과학자, AI 전문가, 사회 과학자(시민 참여 설계와 편향 완화), 데이터 관리 전문가 간의 협력 연구 노력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둘째, 고해상도 기후 모델을 실행하고 복잡한 물리 기반 AI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수인, 엑사스케일 시스템(초당 100경 번의 계산을 수행하는 시스템)과 같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서 늘려야 한다. 셋째, 전통적인 관측, 시민 참여, AI 기반 프로세스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 스트림을 관리하는 포괄적인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프레임워크는 데이터의 수집과 해석에서 개인 정보 보호 문제와 사회정치적 편향도 함께 다뤄야 한다. 다섯째, 특정 데이터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 참여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전문가 검증을 포함한 데이터 품질 관리 조치를 처음부터 통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 예측의 내재적 불확실성을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구현해야 한다.


기후 예측의 미래는 기술적 발전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를 동반한 사회적 혁신과 견고한 거버넌스를 요구하는 과업이다. 미래는 지속적인 학제 간의 협력,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투자,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예측에 내포된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더 정확하고 국지적이며 실행 가능한 기후 예측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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